쇼코의 미소

g1nee 2018. 12. 23. 10:56


제목이 너무 대놓고 일본스러워서, 손이 안 가서, 시간이 없어서, 생각보다, 글이 안 읽혀서, 등등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읽다가 중간에 관두었던 책. 

내게 무해한 사람이 너무 좋아서다시 읽게 되었는데, 몇년전에 읽었을때랑 느낌이 너무 달랐다.


할머니 특유의 경상도식 무뚝뚝함과 절대 먼저 살갑게 굴지 않는 나의 뻣뻣함이 만나

할머니와 나는 늘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였다.

할머니는 그저 허울좋은 말로 지원이는 얌전해서 좋지, 지원이처럼 참하고 가만히있는 애가 어디있어라고 

어른들에게 자랑하고 다니셨지만, 실질적으로 나는 그냥 할머니에게 낯가리는 손녀였을 뿐이였다. 

그런 애매한 유대감때문이었을까, 쇼코와 할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나에게 공감거리가 되지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독립하고, 사회에 나가고, 병원에서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이상한 오지랖과 넉살이 생겨버린 나에게 쇼코의 미소는 너무 슬펐다.

새벽녘부터 기차타고 버스타고 쉬지않고 달려와 손녀를 만나 하는 말이

멋있다라니, 

멋있다, 응원한다고맗해주는 타이밍이란,,


책 읽고 다음날 출근하는 길에 할머니한테 전화드렸는데 할머니가 전화받으시자마자 

너무 통화하고 싶었는데, 방해될까봐 못했다는 말에 눈물찔끔,,,

힘들면 언제든지 관두고 돌아가도 좋다는 말에 또 눈물찔끔,,

이렇게 맹목적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한지와 영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인듯 하면서, 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

나는 개인적으로 한지와 영주가 제일 좋았다.

한지랑 며칠 이야기하고나서 한지 동생 병수발 드는 생각까지 하는 영주 너무 나 같아서 읽다가 현실로 소리 내서 웃었다.

다들 눈만 마주쳐도 결혼까지 생각하나봐, 괜히 결혼까지 생각했다는 노래가 나오는게 아니다. 

한지가 갑자기 쌩하고, 영주를 피할때는 또 같이 눈물, 

그때 대답을 애매하게 해서 그런건 아닐까, 그때 그런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지가 더 잘해주지 않았을까,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다들 연애가 끝나고 나면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거 같다. 

헤어지면 늘 남는건 후회뿐

우연한 만남이든 뭐든 그냥 인연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났고 추억도 많고 얘가 나한테 이렇게 잘했어, 우린 특별해 그런거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도 이혼하는 마당에 

다 스쳐가는 인연이야

그렇지만 한지,,당신,,,마음이 커져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랑,,너무 슬프쟈나,,,8ㅅ8



그나저나 내가 읽으면서 생각한 한지,,,킬몽거,,